[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나선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자체적인 기술을 통해 줄여나가겠지만,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전력 문제는 삼성전자만의 힘으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평택사업장 내부에 조성된 연못 모습.
삼성전자는 15일 ‘新(신)환경경영전략’을 통해 2050년 탄소 순사용량(배출량-감축량)이 0인 탄소 중립에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RE100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전체 사업장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다. 원전은 폐기물 문제가 있어 RE100 이행 수단에서 제외돼 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긴 하지만 협력업체까지 RE100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처럼 작용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용한 전력량은 25.8TWh다. 알파벳(구글) 18.2TWh, TSMC 18.1TWh, 인텔 9.6TWh 등 글로벌 IT제조사와 비교해 가장 전력 사용량이 많다. 이는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 14.6TWh의 1.76배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에너지 관련 사용량 (2021년 기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현재 이 전력은 대부분 원자력, 석탄, 가스 발전 등에서 나오는데. 이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총 발전량 577TWh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TWh로 전체 발전량의 7.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30%를 웃도는 것을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5%로, 지난해 확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상의 비중(30.2%)보다 8.7%포인트 줄었다. 실질적으로 가능한 수치를 내세웠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지만, 원전이 다시 부각되면서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가 늦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가격도 내려가지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re100연례보고서에도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고, 미국, 중국의 균등화 발전단가(LCOE)는 석탄·원자력 대비 비슷하거나 낮지만 국내는 석탄·LNG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LCOE는 발전설비 운영기간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수치화해 계산한 값으로, 태양광 kWh당 발전단가는 한국의 경우 116원, 중국은 42원, 미국은 48원이다. 우리나라가 2배가량 비싼 상황이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를 웃돈을 주고 사는 녹색프리미엄도 미국, 중국 대비 크게 비싸다”면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산업계는 재생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시민사회도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